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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 그게 사랑 아닐까요


권정생 선생님 이름은 몰라도 ‘몽실 언니’나 ‘강아지똥’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몽실 언니’는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 방송했고, ‘강아지똥’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거니와 100만부 넘게 그림책이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몽실 언니’는 장편동화이다. ‘강아지똥’은 그림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단편동화가 원작이다. 방송과 그림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원작은 두 작품 모두 동화다. 우리나라 대표 ‘동화’ 작가라고 일컫는 까닭이다.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의 시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대표 동화 작가라는 명성 때문에 소홀히 해 온 시인의 면모를 밝히고 있다. 선생님은 일찍부터 시인이었다. 1967년 《기독교 교육》에 동시를 발표했으니 1969년에 발표한 단편동화 「강아지똥」보다 앞선다. 1964년 1월 10일에 이미 시집 『동시 삼베 치마』를 직접 만들었다. 출판은 돌아가신 뒤인 2011년에 문학동네에서 똑같은 제목으로 했다. 『동시 삼베 치마』에 실린 시 중에 어린이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시만 따로 묶어 동시집 『나만 알래』(문학동네, 2012년)도 펴냈다. 동화작가 권정생으로 알려졌지만 명백히 시인이었던 셈이다. 그러니 이번 출판은 ‘시인’ 권정생을 드러내려는 작업들의 연장선에 있거니와 권정생 선생님 시에 대한 본격 첫 글모음집이다. 평론이 아니라 선생님과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은 36명이 자유롭게 글을 썼다. 선생님 시 한 편에 관한 수필을 썼는데 백창우 선생님이 유일하게 3편의 시에 관해 글을 썼다. 때로 시가 겹치기도 하는데 「밭 한 뙤기」는 4명이 글을 썼고, 「쑥절편」 「구만이」 「운동화」 「방물장수 할머니」 「소․4」 「소․3」 「개울물」 「통일은 언제 되니」「 꽃밭」은 2명씩 글을 썼다. 나머지 16편은 혼자 썼다. 36명 저자가 권정생 선생님 시 26편에 관해 쓴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5행의 짧은 시 「통일은 언제 되니」부터 장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까지 두루 다루었다.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기 자리가 펼쳐진 것이다. 오래 미안했던 마음을 떡에 담아 말없이 건네는 그게 사랑 아닐까요. 말로 하지 않고 눈을 깜빡거리며 눈으로 말하는 거. 그게 사랑 아닐까요. 사랑은 마음으로, 눈으로 말하는 게 더 깊은 거 아닐까요. 가진 걸 나누는 게 사랑이 아닐까요. 혼자 먹고 난 뒤 미안했던 마음 그게 사랑이 시켜서 그런 거 아닐까요. 뉘우침 아니면 어떻게 사랑이겠습니까? 연민 아니면 어떻게 사랑이겠습니까? 미안함 아니면 어떻게 사랑이겠습니까? 상처받았던 마음이 스르르 녹는 게 사랑입니다. 미움이 순식간에 풀리는 게 사랑입니다. 싸움이 용서가 되는 게 사랑입니다. 실망이 미안함이 되는 게 사랑입니다. 속에 지니고 있던 마음 모두를 내미는 게 사랑입니다. 탱자나무집 그 가시내 내 마음속 첫사랑입니다. - 도종환, 「그게 사랑 아닐까요」 아픈 몸으로 시를 쓰고 동화를 썼던 선생님은 그 작품들을 자기 몸처럼 간직하고 계셨는데, ‘그 시와 동화 힘으로 버티셨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금도 가끔 해 본다. 시와 동화에 나오는 또 다른 권정생이 권정생 자신을 지켜 주었을 것이다. 혼자서는 외로웠겠지만 그가 만들어 낸 이야기들이 다시 그를 그만큼이나마 외롭지 않게 지켜 주었던 거라고 할 수 있다. - 송재찬, 「이야기 힘으로 살았던 권정생 삼촌」 권정생 선생님과 인연이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가슴 절절한 글들이 많다. 내밀한 이야기도 있다. “충주 무너미 돌집에서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을 만난 것은 내 문학 인생이 크게 바뀌는 기회가 되었”(김은영, 「고무신을 신은 시인」)다는 시인도 있고,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밭 한 뙤기」란 시를 읽고 농부가 되었”(서정홍, 「마음을 흔들어 놓은 시」)다는 농사꾼 이야기도 나오며, 교실에서 이름이 비슷하다고 하여 ‘우리 반 권정생’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더니 늘 생각도 없이 맹하게 학교생활을 하던 권정훈이 짤막한 동화를 써 가지고 나와 “반 아이들과 나를 감동시켰다”(송언, 「우리 반 권정생과 꽃밭」)고도 한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권정생 선생님한테 받은 영향의 울림은 넓고 깊다. 그러니 우리는 권정생 선생님을 느낄 수 있는 또 한 권의 귀한 책을 갖게 되었다.
사후에 아동문학의 성자로 추앙받는 권정생 선생님,
어른들을 위해 동시를 읽고 재해석함으로서
8주기를 추모하는 산문집
권정생 선생님, 그게 사랑 아닐까요 ,
‘권정생 동시를 사랑하는 도종환과 서른다섯 사람들’이 엮다

2007년 5월 17일에 작고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님은 돌아가신 뒤에 아동문학의 성자로 추앙받고 있다.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 동화를 써서 받아 모은 원고료와 작고 후 동화책이 팔려서 발생될 저작권 인세를 모두 북한어린이와 아프리카어린이 돕기에 쓸 것을 유언으로 남겼으며, 이후 권정생어린이재단이 발족되어 유지를 받들고 있다.
그동안 선생님의 삶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추모했습니다. 현북스는 2015년 5월 17일 8주기를 맞이하여, 권정생 선생님의 동시를 읽고 쓴 산문집을 기획하여 출간하였다.


1 그게 사랑 아닐까요

쑥절편 그게 사랑 아닐까요 도종환
구만이 나도 구만이고 싶다 김경준
운동화 고무신을 신은 시인 김은영
다람쥐 다람쥐와 도토리가 있는 마을 김이구
방물장수 할머니 할매 우리 동네에는 안 오시나요 노경실
몽당연필 내가 좀 더 길었더라면 박우진
결핵·1 아픔을, 그 아픔을 온몸으로 껴안고 서정오
운동화 이야기 힘으로 살았던 권정생 삼촌 송재찬
민들레 이야기 강아지똥과 민들레 이야기 오승강
우물 우물로 그린 자화상 이안
소·4 고달파도 슬퍼도 의연한 소 이호철
밭 한 뙤기 나를 부끄럽게 하는 시 조월례

2 참 좋은 데로 가는 개울물

개울물 참 좋은 데로 가는 개울물 안도현
방물장수 할머니 방물장수 할머니와 어머니 권혁준
통일이 언제 되니 통일이 언제 되니 김바다
소·3 슬픈 소 김진문
구만이 구만이 시 위에 겹쳐 보이는 사람들 박경선
밭 한 뙤기 마음을 흔들어 놓은 시 서정홍
꽃밭 우리 반 권정생과 꽃밭 송언
진달래 꺾어 들고 진달래 꺾어 들고만 보면 떠오르는 일 윤태규
할매 얼굴 시 한 편에 담긴 이야기 이기영
감자 감자의 동그란 잠, 그 아름다움 임효신
밭 한 뙤기 이 집 임자는 주중식
쑥절편 쑥 향기, 추억 향기 최연희

3 하루에 한 번은 하늘을 보고 살아야지

가을 하늘 하루에 한 번은 하늘을 보고 살아야지 이주영
민들레 선생님이 문득 더 그리워집니다 강정규
통일이 언제 되니 어떻게 하면 통일이 되는지 아니 고승하
호박 넝쿨 등을 내주는 사랑 김광화
소·3 사람다움을 지키는 것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든다 김영미
바다와 하늘 지구 어항 김현신
개울물 개울물이 또로롤롱 띵굴렁 쪼올딱 신재섭
고무신·2 덜거덕거리거나 말거나 유하정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첫눈 이하얀
밭 한 뙤기 밭 한 뙤기와 모두되고 장주식
누나 사는 동네 시집간 누나가 사는 동네는 개 코딱지 동네 조병범
소·4, 소·1, 꽃밭 동요 악보와 글 백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