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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그림자


수리물리학자 로저 펜로즈의『마음의 그림자』(승산, 2014)는 인지신경과학과 마음철학, 인공지능 분야의 측면에서 마음과 두뇌를 다룬 매우 학구적인 책이다. 저자가 두뇌를 탐구할 때 두뇌는 최신의 컴퓨팅이나 양자 모델에 국한되지 않고 철학과 종교의 고전적인 문제까지도 아우른다. 저자는 의식에 관한 컴퓨팅 모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의 핵심 주장은 인간의 마음은 아무리 복잡한 디지털 컴퓨터로도 결코 시뮬레이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란 실제로 그 어떤 종류의 컴퓨팅 용어로도 기술할 수 없는 것이고, 비컴퓨팅적인 물리작용이 우리의 의식적 행동 양식의 바탕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나는 물리학이나 생물학, 컴퓨팅 이론 가운데 어느 하나도 아직까지 우리의 의식과 그로부터 비롯하는 지능을 설명해내는 문제의 해결에 가깝게 다가가지는 못했다고 여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설명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39쪽) 이 책은 인간의 두뇌와 양자역학 간의 관계성을 탐구한『황제의 새 마음』의 후속작이라 볼 수도 있다. 전작에서도 인간의 의식을 활용함으로써 어떠한 부류의 컴퓨팅 활동보다 더 뛰어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컴퓨팅 이란 용어는 잘 알려진 특정한 알고리듬 절차에 따라 돌아가는 하향식 시스템과, 경험을 통한 학습이 가능하게끔 느슨하게 프로그래밍된 상향식 시스템, 이 두 가지를 함께 아우른다. 마음과 의식적 인식에 대한 서구과학 이론은 크게 인공지능 지지자(한스 모라벡, 스티븐 핑커)와 인공지능 반대자(로저 펜로즈, 존 설) 두 진영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두뇌와 컴퓨팅 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강한 인공지능 관점, 약한 인공지능 관점, 비컴퓨팅 영역 관점, 신비주의 관점 네 가지로 정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비컴퓨팅 영역 관점을 가장 진리에 가까운 관점이라고 본다. 신비주의 관점은 비록 인공지능 반대자 진영에 속하지만, 과학의 틀을 벗어나고 물리주의를 완전히 부정하는 견해이기에 반대한다. 1.강한 인공지능 관점: "사고란 모두가 컴퓨팅이고, 특히 의식적 인식의 느낌들은 단지 적절한 컴퓨팅을 수행함으로써 생겨날 뿐이다." 2.약한 인공지능 관점: "인식이란 두뇌의 물리적 활동의 한 특징이다. 그리고 물리적 활동은 모두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 그 자체만으로는 인식이 생겨나지 않는다." 3. 비컴퓨팅 영역 관점: "두뇌의 적절한 물리적 활동으로부터 인식이 생겨나지만, 컴퓨팅으로는 이 물리적 활동을 제대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4.신비주의 관점: "물리학적 용어, 컴퓨팅 용어 내지 그 어떤 과학적 용어로도 인식을 설명할 수는 없다." 컴퓨팅이란 간단히 말해서 튜링 기계의 활동을 가리킨다. 튜링 기계는 이상적인 컴퓨터를 가리킨다. 저자는 괴델과 튜링의 명제를 비교 조합하여 ‘멈추지 않는 튜링 기계’의 알고리듬을 설명하여 컴퓨팅과 두뇌의 작동 상의 차이점을 서술한다. 알고리듬 이란 용어는 여기서 컴퓨팅과 완전히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로저 펜로즈는 인간의 두뇌의 의식을 다룬 명저 황제의 새 마음 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황제의 새 마음 을 통해 물리적 구조에 ‘정신’이 깃들 가능성을 탐구해나갔다. 마음의 그림자 는 황제의 새 마음 에서 펼친 입장과 이론을 더욱 탄탄한 물리적 배경 위에서 더 미세한 곳까지 끌고 나간다. 1부에서는 괴델과 튜링의 명제를 비교·조합하면서 멈추지 않는 튜링 기계 의 알고리듬을 설명하여 컴퓨팅과 두뇌(의식)의 작동 상의 차이점을 서술하는 데 주력한다. 2부에서는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마음과 의식을 기준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비롯한 고전물리학을 심도 있게 고찰하고 비국소성, 반사실성, 양자얽힘이라는 양자역학에서 발생하는 심오한 현상들을 살펴본다.

저자는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 두 영역이 함께 서로의 단점과 한계점을 보완하고 수정해 나가야 공존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의 한계점을 심도 있게 조명함으로써 독자들이 더욱 해당 이론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또한, 튜불린과 미세소관, 뉴런과 시냅스의 활동을 포착하고 보여줌으로써 인간 두뇌의 의식 패턴과 컴퓨팅 활동을 비교 분석한다. 나아가 의식이 오직 인간들에게만 있는 것인지, 코끼리나 원숭이 같은 동물들에겐 없는지 짚신벌레와 같은 단세포 생물들에게는 의식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다룬다.


서문
감사의 말씀
독자에게 드리는 말씀
프롤로그

제1부 마음을 이해하려면 왜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한가? : 의식적 사고의 컴퓨팅 불가능성
1장 의식과 컴퓨팅
2장 괴델식 주장
3장 수학적 사고의 컴퓨팅 불가능성

제2부 마음을 이해하려면 어떤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한가? : 마음의 비컴퓨팅적 물리학을 찾아서
4장 마음은 고전물리학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인가?
5장 양자세계의 구조
6장 양자론의 실재
7장 양자론과 두뇌
8장 의미?

에필로그
부록
후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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