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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숲노래 시읽기노래책시렁 132《여수》서효인문학과지성사2017.2.14 제가 태어나서 자란 고장이 더 좋다고 느낀 적이 없고, 이웃이나 동무가 나고 자란 고장이 한결 좋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누가 가르쳐서 느끼거나 알진 않았어요. 그냥그냥 그렇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뭔가 일이 틀어질 적마다, 저한테 아무런 배움끈이나 돈줄이 없는 탓에 그랬구나 하고 알아차릴 적마다, 이런 일이 싫지도 안 싫지도 않았습니다. 또 뭘 배워야 하니까 이렇게 겪네 하고 느꼈어요. 그러나 인천에서 나고 자란 터라 인천말을 몸에 들였고, 같은 인천이라 해도 중·동·남·북구를 비롯해 부평·계산·소래·강화 모두 삶터 따라 말씨가 다른 줄 알았어요. 인천내기끼리도 ‘구·동’에 따라 “서로 다른 인천사람”인 줄 느꼈어요. 《여수》를 읽으니 시쓴님이 여러 고장에 첫발을 디디며 받아들인 뭇느낌이 하나씩 피어오릅니다. 재미있습니다. 시쓴님은 이녁 텃마을 삶눈을 바탕으로 이 나라 여러 고을이며 마을을 하나씩 맞아들입니다. 시쓴님이 인천내기 눈이나 대전내기 눈이 되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시쓴님은 그저 시쓴님 삶자리 눈썰미로 바라보면 되겠지요. 다만 조금 느긋이 그곳에 머물면서, 한결 즐겁게 노래하듯 ‘이곳에도 사람이 사네. 이곳에도 사람이 서로 사랑하며 살림을 짓네’ 하는 눈이 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조국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인천/30쪽)꿈돌이 모자를 쓰고 엑스포 저금통을 샀다. 꿈이었을까. (대전/56쪽)
겨우 다스린 역마
기억과 반성으로 씌어진 우리 곁, 거리의 역사

시인 서효인의 세번째 시집 여수 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제30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백 년 동안의 세계 대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분노를 비틀어 뿜어내며 오늘의 소년소녀들에게 메시지를 투척하던 첫 시집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정치·경제·사회적 폭력의 지도를 그려내던 두번째 시집이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었다면, 이번 시집은 상온에 가깝다. 서효인이 그려온 시의 궤적으로 미루어보자면, 이 변화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어질 폭력의 세계에 응전하기 위한 대안 모색이자 일종의 시적 성장일 것이다. 끓는점을 높이고 깊이를 더한 여수 에서 시인은 ‘역사의 공간화’를 시도한다. 하나의 공간을 두고 과거와 현재가, 사적인 기억과 공적인 역사가 겹쳐지면서, 서효인이 스쳐간 어딘가는 객관적 ‘공간’이기를 멈추고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여 유일무이한 ‘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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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 | 역마의 기원 . 김형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