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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감자”. 제목만으로도 아일랜드 대기근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일랜드 대기근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 몇 가지 고리로 기억하고 있다. 그중 첫번째가 마르크스다. 마르크스는 런던의 도서관에서 《자본》을 저술하면서 호구지책으로 통신원 노릇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아일랜드 이민자들에게 아일랜드 사태를 전하는 역할이었다. 또 하나는 대학원 입학하자마자 접한 논문들 중 적지 않은 논문들에 Phytophthora infestans라는 곰팡이 학명이 들어가 있었다는 기억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길래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이 곰팡이가 바로 아일랜드의 감자 농사를 완전히 망쳐버린 바로 그 곰팡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150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1992년에 개봉한 젊은 시절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았던 <Far And Away>라는 영화도 아일랜드 대기근 사태와 연결된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거기에 하나를 추가하자면, 이 책의 저자인 수전 캠벨 바톨레트가 쓴 《위험한 요리사 메리》의 주인공 ‘장티푸스 메리’가 바로 아일랜드 이민자라는 것이다. 책을 쓴 순서로 따지자면 이 책이 더 먼저고 메리에 대한 책이 나중이긴 하지만, 수많은 아일랜드 이민자를 낳은 대기근 사태와 묘하게 관련이 되는 상황이다. 1845년부터 몇 년에 걸친 감자 역병(앞에서 밝혔듯이 Phytophthora infestans라는 곰팡이에 감염되어 생긴 질병이다)으로 아일랜드는 전국에 걸쳐 감자 농사를 망친다. 감자 농사 하나였지만, 감자는 아일랜드 주민들의 주식이었다. 주식이라고 해서는 다 설명이 되질 않는다. 아침에도 감자, 점심에도 감자, 저녁에도 감자라는 식이었으니 그들의 모든 식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농사가 완전히 망쳤으니 그들에게 닥친 것은 대기근. 굶는 일이었다. 16세기에 잉글랜드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아일랜드는 최근까지도 유럽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로 꼽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런던에서 폭탄 테러가 심심찮게 벌어지는 북아일랜드 독립 운동이 폭력적 형태를 띠기도 했다(아일랜드는 독립했지만, 신교도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살게 된 북아일랜드를 영국은 내줄 수 없었다). 19세기에는 더욱 비참한 상황으로 몰려 있었다. 지주와 마름, 소작인, 거기에 농업 노동자로 이어지는 착취 구조는 공고했고, 이렇다 할 산업 시설도 없이 감자 농사에만 전국민이 의존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몇 년에 걸친 감자역병과 대기근 사태로 100만 명이 죽고, 200만 명 이상이 이민을 떠났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커다란 숫자로 딱 떨어지게 말할 때는 이게 별로 믿지 못할 추정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 후로도 아일랜드의 인구는 당시의 인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니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수전 캠벨 바톨레티는 이 아이랜드 대기근에 대한 이야기를 쓰며 어떤 분석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회학이나 역사책이라면 그러한 사태를 가져온 전사(前史)에 대해 쓰고(예를 들어 어떻게 감자가 어떻게 아일랜드로 들여왔으며, 어떻게 주식이 되었는지), 그 감자 역병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그게 어떻게 밝혀졌는지, 그 대기근의 영향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분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그렇게 이 책을 쓰지 않았다. 바로 1845년 감자가 검게 변하면서 물러지는 것을 확인하는 농부들에서 시작하여 시종일관 그들의 상황을 보여줄 뿐이다. 그들이 얼마나 비참했으며, 얼마나 처절했는지, 또 누구는 얼마나 치사하고 악랄했는지, 또 누구는 얼마나 선했는지 등등을 보여줄 뿐이다.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끝에 가서야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를 밝힌다. 당연한 것이긴 한데, 기근이라는 게 단순히 먹을 것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식량 이용권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 데서 생기는 문제라는 점. 오늘날도 이러한 기근의 문제가 여전하며 이는 빈곤과 보건 의료 문제에 눈을 똑바로 뜨고 그런 인류의 고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딱 한 문단이다. 이 한 문단의 글보다 200쪽이 넘는 분량의 글과 그림은 이 한 문단의 글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 또 중요한 일인가를 알려준다. 분석이 아닌 알려주기, 보여주기가 훨씬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먼 옛날 아일랜드에도 살기 좋은 때가 있었지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지만 누군가는 좋았던 시절이…… 심장이 벌떡거리는 역사책이다. _스쿨 라이브러리 저널★로버트 F. 시버트 상 수상(2002년) ★전미 영어 교사 협의회(NCTE) 주관 오르비스 픽투스 논픽션 상 수상(2002년) ★골든 카이트 상 논픽션 부문 상 수상(2002년) ★미국 도서관 협회(ALA) 선정 청소년 최우수 도서 ★미국 도서관 협회(ALA) 선정 주목할 만한 어린이 도서 ★뉴욕 공립 도서관 선정 청소년 추천 도서 ★주목할 만한 청소년 사회과 도서1845년 아일랜드에 재앙이 닥쳤다. 하룻밤 사이에 까닭 모를 전염병이 돌아 농가의 거의 유일한 식량이었던 감자가 검게 썩기 시작했다. 감자 전염병은 5년간 되풀이되었고, 가난한 아일랜드인 100만 명이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다 죽었다. 대대로 살아온 고국을 쫓기듯 떠난 사람도 1910년까지 500만 명에 달했다. 오늘날 아일랜드 인구는 약 400만 명으로, 1845년 당시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아일랜드를 완전히 바꿔 버린 이 역사적 사건을 오늘날 우리는 ‘아일랜드 대기근’이라고 부른다. 검은 감자: 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 는 다양한 사료에서 발굴한 대기근 생존자와 그 후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아일랜드 민중이 가슴으로 기억하는 대기근을 생생하게 재구성한 역사책이다. 충격적인 일화와 가슴 시린 회고는 직접적인 고발이나 비판 없이도 이 엄청난 재앙이 불평등한 사회 구조로 인해 발생했고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임을 자연히 깨닫게 한다. 아울러 참극 속에서도 끝내 희망을 찾는 인간의 의지와 고귀한 희생, 실패할지언정 사회를 바꿔 보려 애쓴 이들의 열정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들어가며 7
1장 검은 감자다, 검은 감자 12
2장 특별히 남겨 둔 감자 29
3장 조금만 도와주시기를 50
4장 허기진 까마귀 떼처럼 74
5장 감자가 자랄 때까지만 99
6장 열병이라니요, 하느님, 가호를 베푸소서 126
7장 참혹하게 허물리는 집들 146
8장 머나먼 이주길 164
9장 전쟁은 어디서 시작될까 190
10장 여왕 폐하 맞이하러 코크에 가세나 213
나오며 235
아일랜드의 주와 주요 항구 도시 지도 244
감사의 말 245
‘옮긴이의 말’을 대신하여 247
아일랜드 대기근 연표 256
참고 자료 및 출처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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