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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그림책시렁 242《적》다비드 칼리 글세르주 블로크 그림안명 옮김문학동네2008.7.25. 우리 있는 두 손은 다르게 움직이면서 하나로 힘을 냅니다. 우리 몸을 움직이는 두 다리는 다르게 움직이면서 이 몸을 거뜬히 옮겨요. 우리 두 눈은 서로 맞은쪽을 쳐다보지만 머리에 한 가지 빛으로 스며듭니다. 왼손이 힘들면 오른손을 쓰면 되어요. 왼다리가 아프면 오른다리를 더 쓰면 되고, 왼눈이 다치면 오른눈으로 바라보면 되겠지요. 《적》은 이쪽하고 저쪽 사이에 흐르는 두려운 마음하고 설레는 마음을 짚습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가슴에 보람을 번쩍번쩍 붙인 이들은 ‘이쪽을 지켜야 한다’는 말로 이쪽 사람을 길들입니다. 이쪽을 지키려면 저쪽을 무너뜨리거나 쳐내야 한다고 다그치지요. 어깨동무하거는 길이 아니라, ‘저쪽보다 더 센 전쟁무기’를 만드는 데에 돈하고 힘을 써요. ‘이쪽에서 저쪽을 돕는 길’이라든지 ‘저쪽이 이쪽을 이바지하는 길’은 헤아리지 않는 우두머리입니다. 오늘날 온누리 정치판은 이와 같아요. 스스로 넉넉한 살림을 둘레에 나누기보다 ‘우리 밥그릇(경제성장)’이 첫째입니다. 이쪽저쪽 우두머리 모두 전쟁무기를 치울 뜻이 없어요. 누가 전쟁무기를 치워야 할까요. 서로 참낯을 언제 볼까요. 고개를 들어 봐요. ㅅㄴㄹ
두 병사 그리고 평화에 대한 이야기

황량한 들판, 두 개의 참호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 참호에는 한 명의 병사가 숨어 있어요. 그들은 서로 적입니다. 배고픔과 외로움과 죽음의 공포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병사는 적을 먼저 죽이고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기로 결심합니다. 밤에 위장을 하고 기습공격에 나서지만, 적의 참호는 텅 비어있습니다. 적도 그처럼 기습 공격에 나선 것이지요. 적의 참호 안에서 적의 가족사진과 전투 지침서를 발견한 병사는 그제서야 깨닫게 되지요. 적도 자신처럼 가족이 있다는 것을,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적 은 전쟁의 본질을 쉽고 명료하며 깊이있게 다룬 그림책입니다. 우리가 아군과 적군이라고 규정짓는 이분법이 얼마나 상대적이며 허구적 개념인지, 그리고 어느 편이건 전쟁을 일으킨 소수에 의해 희생되는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 줍니다. 무엇보다도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어떻게 이데올로기가 조작되는지 풀어내었습니다.

이 책의 그림은 작가가 설정해 놓은 주배경인 참호를 단순한 선과 공간의 여백을 살린 ‘구멍’ 이미지로 형상화함으로서 텍스트에 다중적 의미를 부여하고 깊이를 더하였습니다.